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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학습

[민주주의] 미국에서의 항목별 거부권에 대한 비판적 고찰

by 리빙리포터 2025.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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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미국에서의 항목별 거부권(line-item veto)은 1990년대 잠시 도입되었다가 연방대법원 판결로 위헌 결정이 내려져 사라진 제도이다. 이는 행정부의 재정 통제권을 강화하여 예산 낭비를 막는다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권력 분립의 원칙을 훼손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과도하게 확대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1. 항목별 거부권의 배경 및 역사

 

  • 배경 : 1980~1990년대 미국에서는 연방 예산의 증가와 소위 '쪽지 예산'(pork-barrel spending)으로 불리는 불필요한 예산 지출이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대응하여 의회 예산의 낭비를 막고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그 대안으로 대통령에게 항목별 거부권을 부여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 1996년 항목별 거부권법 제정 : 이러한 논의를 거쳐 1996년 의회는 초당적인 지지를 얻어 항목별 거부권법(Line Item Veto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대통령이 의회를 통과한 법률안 중 특정 예산 항목, 새로운 직접 지출, 또는 제한적인 세금 혜택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 대법원의 위헌 판결 : 이 법은 시행 직후인 1998년, '클린턴 대 뉴욕시(Clinton v. City of New York)' 소송에서 연방대법원에 의해 위헌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항목별 거부권이 법률 전체를 거부하거나 승인하도록 한 헌법 제1조 제7항의 '법률제정 절차(Presentment Clause)'를 위반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대통령이 의회가 의결한 법률의 일부 내용을 일방적으로 수정하거나 폐지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입법 절차에 위배되며, 이는 입법권을 대통령에게 넘겨주는 것과 같다고 보았다.

 

 

2. 항목별 거부권에 대한 비판적 고찰

 

(1) 긍정적 시각 (지지자들의 주장)

  • 예산 낭비 통제 : 항목별 거부권의 가장 큰 목적은 불필요한 지출, 즉 '쪽지 예산'을 제거하여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것이다.
  • 행정부의 재정 책임성 강화 : 대통령이 불필요한 예산 지출을 삭감함으로써 행정부의 재정적 책임감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았다.
  • 입법 과정의 효율성 증대 : 예산안에 포함된 문제 있는 항목만을 걸러내어, 전체 법안이 거부되는 것을 막고 입법 과정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2) 부정적 시각 (비판자들의 주장)

  • 권력 분립 원칙 훼손 : 항목별 거부권은 대통령이 의회가 통과시킨 법률의 내용을 재량껏 수정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입법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하는 것과 같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는 행정부의 권한을 입법부의 권한보다 우위에 두어 삼권 분립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린다는 주장이다.
  • 정치적 남용 가능성 : 대통령이 특정 의원이나 반대 세력의 지역구에 할당된 예산을 거부하는 등 정치적 보복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는 정치적 협상력을 높이는 도구가 되어 입법 과정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
  • 예산 절감 효과의 의문 : 실제 예산 절감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의회가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기 위해 중요 예산과 불필요한 예산을 묶어 처리할 가능성이 있고, 대통령 역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특정 예산을 거부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사점

 

미국에서의 항목별 거부권 사례는 입법부와 행정부 간 권한 분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특히 대법원의 위헌 판결은 정부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목적이라 할지라도 헌법이 규정한 권력 분립의 기본 원칙을 변경하려면 헌법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현재 미국 연방 정부에서는 항목별 거부권이 존재하지 않으며, 이와 유사한 형태의 권한을 도입하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립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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