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음>
영화 '그때 그사람들'은 2005년에 개봉한 임상수 감독의 '블랙코미디 정치 영화'다. 영화는 10.26 사건을 다루고 있어서 개봉 당시 정치적 논란은 많았으나, 논란에 비해 흥행에 성공하진 못했다.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보진 못했고, 최근에 영화전문채널에서 방영되어서 차분히 보게 되었다.
등장인물
'그때 그사람들'에 나오는 사람들은 거의 20년 전이라 그런지 출연 배우들이 지금 보기에는 꽤나 젊어 보인다. 박정희 역에 지금은 고인이 되신 송재호 배우가 연기를 했는데, 박정희 역을 맡았던 배우 중에 가장 비슷하지 않았다. 비슷하지 않더라도 워낙 유명한 역사적 사건을 그려서인지 크게 어색하진 않았다. 원래 영화스타일이 그런지 20년이 지나서인지 모르겠지만, 배우들 대사가 잘 전달되지 않을 때가 종종 있어서 아쉬웠다. 특히 주인공인 김재규 역할을 맡은 백윤식의 웅얼거림이 자주 나왔다. 영화는 당시 경호실과 중앙정보부의 경쟁관계를 그려서인지 양 기관의 라인업이 만만치 않았다. 중앙정보부는 백윤식, 한석규, 김응수가 주를 이루었고, 경호실은 정원중, 정인기, 정우가 대비되었다.
한석규가 연기한 박선호는 당시 46세였는데, 한석규는 이 때 42세였다고 한다.(그래서 굉장히 젊어 보인다.) 심수봉 역을 맡은 이는 자우림의 '김윤아'다. 이 사건을 아는 많은 사람들이 당시 함께 있던 가수가 심수봉임을 알고 있지만, 역에서는 심수봉이라고 나오진 않아서인지 일본 노래만 부르고 심수봉 노래는 부르지 않는다. 특별출연 혹은 까메오로 나오는 이가 많은데, 감독 본인이 김부장의 주칭의로 나오기도 하고, 최동훈 감독이 군의관으로도 나온다. 윤여정 배우는 극 초반에 나오고, 엔딩 나레이션으로도 나온다. 육군본부 초소병으로 홍록기가 나오고, 국군병원 헌병으로 봉태규가 나온다.
역사적배경
영화의 역사적배경이 된 10.26은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가 박정희를 궁정동 안가에서 총으로 쏴서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5.16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박정희는 유신을 단행하여 종신 대통령의 길을 걷는다. 이에 반대하는 학생, 시민들의 반대집회와 시위가 끊이지 않았고, 부산과 마산에서 있었던 대규모 시위에 대해 강경진압한 부마항쟁이 10.26의 도화선이 되었다고 평가된다. 정권 내부적으로는 박정희의 총애로 기세가 하늘 높은 줄 몰랐던 차지철 경호실장과 군 선배였지만 대통령의 관심에서 밀린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갈등때문이었다.
10월 26일 궁정동 안가에서 김재규가 차지철 경호실장과 박정희 대통령을 총으로 쏘고, 다른 공간에서 식사하던 정승화 육군참모총장과 이동했는데 원래 중앙정보부로 가려던 것을 정승화가 주장하여 육군본부로 갔다고 한다. 이때의 선택이 김재규와 일당에게는 최대의 패착이 되었다. 10.26은 18년 독재정권의 종말을 고하는 사건이었지만, 민주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12.12사태로 또 다른 군사독재정권이 들어서게 되었다.
영화 비평
'그때 그사람들'은 블랙코미디로 배우들이 더 과장된 연기를 하고, 우스꽝스런 상황과 대사가 자주 등장한다. 군의관들이 대통령을 못 알아본 게 가장 압권이었다. 또한 육본에 실탄이 없어서 무장하지 못한 부분도 상상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거사(?)를 준비했던 이들의 준비도 무척 어설펐으며, 이후 처리과정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게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가장 열심히 준비한 게 당일에 대통령의 기분을 맞춰 줄 여성참석자를 고르는 일이었다. 영화는 대통령이 죽은 후 수습과정에서 보인 권력 근처에 있는 사람들의 면면에 대해서 강하게 비꼰다. 대통령의 죽음을 확인한 후 묵념을 하고서는 바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충성의 경례를 한다.
중간중간 일본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번역이 안 되어서인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다만 대충 박정희가 일본군 출신이고, 일제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라 일어를 종종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규가 박정희를 확인사살할 때 불렀던 박정희의 일본 이름은 이때 '다까기 마사오'로 정확하게 부르지만, 더 확실히 국민에게 알려진 건 이 영화가 아니라 2012년 대선에서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와 TV토론에서 박정희의 일본 이름을 불러서 더 회자되었다.
영화는 사건이 마무리되고, 참여했던 사람들의 결과에 대해서 알려주는데 가장 시니컬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너무 시니컬해서 민대령(김응수 분)의 사형부분에서는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부조리극을 통해 무엇을 드러나게 하고 싶은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영화는 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을 극장에 부르지 못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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